나래온 툴을 만든 선택들 – 2. 소년, SSD를 만나다

이 글이 다루는 시기: 2012년 4월

= 개발 시작까지 3개월 남음
= 첫 버전 공개까지 4개월 남음


첫 제품은 인텔 320 120GB이였다. 가격은 120GB 기준 학생에게는 꽤나 거금인 16만 5천원이였다. 그러나 내 사용 패턴을 보았을 때 64GB는 가당치도 않았다. 또한 속도가 느린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. 당시 썼던 글을 보면 내가 얼마나 들떴었는지 알 수 있다.

인텔 320 120GB 박스

인텔 툴박스는 신세계였다. 정말 편했다. 기능은 단순했고 몇 번 누르지 않고도 모든 설정이 끝났다.

다음 제품은 인텔 330 120GB였다. 이 때가 본격적으로 개발자로서 수명에 관심이 생긴 때였다. 물론 인텔 제품은 아니였지만, 샌드포스는 불안정했다. 내 제품은 논란의 중심에서 비껴갔지만, 수명이라는 개념에 눈을 뜨면서 자세한 사항들이 궁금해졌다. 구글링 중 괜찮은 외국 벤치를 하나 발견했다. 이 벤치를 번역하면서 나와 SSD의 깊은 관계는 시작되었다.

수명 테스트 내용, SSD 보급 시기를 함께 한 사람이라면 본 사람이 많을 듯

수명 테스트 번역은 의외로 큰 인기를 끌었다. 모든 인기 커뮤니티에 한 번쯤은 다 퍼날라졌다. 컴퓨터 커뮤니티에는 하루 한 번 이상 올라온 적도 있을 정도였다. 하루하루 리퍼러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. 대학 커뮤니티, 여초 사이트 등 리퍼러를 따라가며 내가 모르던 커뮤니티들을 구경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 날도 있었다. 리퍼러로 걸리는 링크 중에는 내게는 닫힌 링크도 있었다. 유명 SSD 벤더인 S사를 포함해 몇몇 업체의 인트라넷들이었다. 이 시기 이 글과 관련해 강의 요청이 들어와서 인생 첫 유료 강의를 하기도 했다.

이 수명 테스트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문제를 꽤 많이 짚어낼 수 있는 테스트다. 그러나 이 시기에는 수명과 관련된 사용자 실측값이 없었던 것이 이 테스트의 인기를 주도하지 않았나 싶다. 어쨌건 이 번역의 인기는 내게 SSD라는 분야가 충분히 매력적임을 알려주었다.